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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예민한 내가 죽기를 바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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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소년 2022. 1. 3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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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나의 우울과 불안 그리고
갚아야할 죄책감들에 패배했다.

부모가 나에게 주는 원조
사랑했던 사람이 나에게 주는 원조
바라는 것들
그리고 나를 무시하는 것들
내가 바라는 것들 이룰 수 없는 것들

매일 돈에 쪼들려 최악의 상황만 상상하고
버러지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그래 나는 패배했다.

패배자의 말로가 그러하듯
내 말은 다 변명이 될 것이다.

내가 죽음을 이야기하거나
힘들다고 할 때는 거들떠도 안봤던 사람들
나를 껍데기만 사랑했던 사람들
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가만히 돌이켜보니
전부 내 껍데기들만 보고
정작 내가 괴롭고 힘이들다 내비치면

그냥 살라고들만 하며 모른척들 했다.
나는 그냥 그렇게 살았고

더 용서하지 못하겠는것은
내가 나를 보지 못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여러 번 자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할 수 없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여러 번 숨이 막힌채 살아왔던 나 날이
한 두번도 아니였는데

힘이들다고 여러번 이야기 했었는데
남이 들어주지 않는다고
나까지 들어주지 못했나.

그럼에도 살아가려고 했다.
좋은 말들이나 억지로 웃으며 나아가려고 했다. 그럴 때 마다 난 멍이 들었다는 걸 잊었다.

지금의 나는 온 몸이 파랗다 못해 검붉다.

그 모습을 난 이제서야 봤다.

밖에서 걷는 데, 깊은 곳에서 괴로운 소리가 났다. 멍이 들다 못해 온 통 검붉은 내 자신을 볼 때마다 죽고싶다.

걷다가 숨이 막혀서 주저 앉았다.
분명 난 살아 있는데 물 속에 갇힌 것마냥 뻐금뻐금 거렸다.

이것은 홀로 모든 것을 다 감당해야하는
오직 패잔병들이 겪는 형벌인가.

불안과 독이 생각보다 깊고 많았다.
내 몸의 피와 눈물들이 가득 이것들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썩어가고 있다.
죽을 만큼 눈물을 흘린다면

죽을만큼 피를 다 흘린다면
내 안에서의 모든 독이 해결이 되려나 싶다.
눈물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 색깔도 없다.

세상은 예민하고 우울하고 불안한 내가 죽기를 바라는 듯 했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다면
난 아마 죽었을것이다.
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 죄책감에
난 죽지 못했을 뿐이다.

우울하고 예민하고 불안한 나라고
그래서 금쪽이라고 했다.

언젠간 죽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가.

나는 나를 버리고 떠난 모든 이에게
패배했다.

나를 버리고, 사랑을 져버린 모든 이에게
패배했다.

좋을 것 하나 없는 슬픈 기억들만 가지고
또 슬픈 기억이 나에 살아갈 이유가 되어가고, 그 꼴은 죽어도 보지 못하겠다.

패잔병의 말로가 그러하듯
홀로 이 모든 것을 견디다
너희의 바램대로

내가 괴롭다가 불안에 미치다가
죽어주리라 마음 먹었다.

내 껍데기만 사랑했고
다들 내 아픔은 사랑해주지 못했다.

분하다. 밉다. 괴롭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짓 따위는 평생 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언젠간 죽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