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까지 우리집 문 옆에서 매미가 울어대는데, 슬슬 8월이 저물고 9월이 온다.
나는 사계절 모두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새벽에 살짝 차가운 공기로 맑은 숨이 보이는 것도 좋고,
하늘이 청명하고 푸르러서 저 달 너머까지 보일 것만 같다.
지금도 맑은 하늘이, 가을의 새벽 3시쯤에는 밤 하늘은 더욱 짙어지고, 별은 해 만큼 밝아서 누워만 있어도 기분 좋은 쌀쌀함과 아늑한 어둠이 반겨주는 계절이다.
"아 좋다!" 라고 말하고 느낀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울이 순식간에 오는 짧은 계절이기도 하기에
다른 계절 보다 희소성이 높아져서 그런지,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인생이 재미없고 힘들고 지치더라도, 가을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인 것 같다.
세상이 말하는 행복들 중에 나와 맞는 것은 많지 않으나,
사계절과 함께 자연을 즐기며 인생을 보내는 것은 참으로 나를 살고 싶게끔 만들어준다.
작년 가을 우리 동네. 진짜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픈데 철저하게 혼자여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하게 왔었다.
학교 갈 때 마다, 4차선에 뛰어들까 하는 충동적인 생각과, 무슨 방법으로 죽어야 가장 타인에게 덜 피해가 가는지에 대해 24시간 고민했었다. 아침에 학교 갈 때 마다 사고가 나서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다가 갑자기 도둑이 들어와 나를 칼로 찌르던가, 총으로 나를 죽이는 불안증세도 동시에 겪었다. 이럴 바에, 그냥 빨리 죽어버리자 라고 매일 매일 나를 구석으로 몰고 갔었다. 이렇게 아름다웠는데, 나는 정말 죽어있었다.
이 때가 지금보다 10키로 더 나갔었다. 입술포진에, 위경련, 장통증, 비염 까지 진짜 하루하루 살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멘탈과, 몸이 망가지니 정말 순식간에 인생은 추락했다. 혼자여서, 그리고 사람에게 믿음을 져버리게 되는 계기 까지. 타국에서의 생활 중 최악 이였다.
결국엔, 한국 가서 장이랑, 위, 간, 심장, 자궁 까지 다 내시경 초음파 받고 왔었다. 미국에선 Patient First 라는 응급실도 다녀오고. 진짜 병원 투어 였다. 질염이나 다른 병도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병원에 가지 못해서 (미국은 보험 없이 병원가면 50만원-100만원은 예상하고 가야한다.) 그냥 넘어갔을 수도.. 정말 총체적 난국에, 살까지 엄청 쪄있어서 내가 저 상태로, 그 멘탈에 잘도 버텼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걸었다. 열심히, 걷고 걸었다. 추우면 추운데로, 꽁꽁 싸매고. 가을이 주는 시원한 공기와 차가운 대지의 냄새는 저런 상태의 나라도 나를 반겨 줬다.
그리고 가을이 차차 지나갈 때, 가을의 꼬리를 물고 겨울이 한 걸음 다가온다.
10월 부터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크리스마스 굿즈들을 판매한다. 개인적으로, 이사를 생각한다면 이것들은 당연히 예쁜 쓰레기라 사기가 겁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크리스마스 무드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말그대로 merry의 에너지를 한 껏 받아, 끝나가는 한 해의 아쉬움을 살짝 누그러트려준다. 30대에 들어서서, 한 해를 보내는 데, 이제는 아픔이 가득한 마음이더라도, 크리스마스와 가을 덕분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는 나의 환경에 다시 한번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문득 자주 자주 찾아온다.
저 파란 수채화 같은 광월한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제멋대로 누워있는 이 계절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해. 위로는 청명하게, 아래는 빨갛게, 노랗게 물든 대지의 아름다움을 내 눈에 가져다 주어서 고마워. 행복해져.
내가 바라는 것들을 더욱 더 선명하게 만드는 계절.
따뜻함, 유머, 배려, 가족, 자유, 감동, 이해, 열정, 그리고 나 다움을 잃지 않고, 더욱 더 좋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세. 가슴 뜨겁게 진심을 다해 살고 싶은 내 안의 나.
10대, 20대 처럼의 엄청난 설레임이나,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이나, 얼굴만 봐도 귀가 빨개지고 말까지 더듬어 지는 그런 마음이 다시 한 번 살아날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가끔은 나를 집어 삼켜 이 세상에서 내 존재를 지워버릴 것 같은 우울함과 공허감 마저도, 모든게 한 접시에 녹아서 내 영혼에 들이 붓는 것 같은 느낌의 계절이다.
작년 가을 학기 때 들었던 U.S history 랑 Art history 반.. 내가 미쳤지. 1940년대 primary source 로 나온 토마스 제퍼슨이랑 조지 워싱턴 일기 같은거.. 그리고 그 때 당시의 버지니아 법 같은거 읽느라 머리 깨지는 줄 알았다. Art는 고대 그리스 건축물이나 로마, 고딕, 이슬람 건축이랑 미술품을 그 자리에서 에세이로 써야 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한국어로도 힘든데. 몸과 마음이 제정신이 아니라 진짜 학교 다니기도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GPA 하락을 처음 겪었던. 지금은 바닥을 기게 만들게 해준 작년 가을. 이번 학기 때는 절대 안 그럴거다. 모두 A를 목표로!
그리고 가을이 끝나가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한국 보다 일본, 일본 보다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일단 너무 이쁘고, 진짜 Winter wonderland 그 자체.
정말로 윈터 원더랜드를 걷는 기분 그 자체! 너무 추워지더라도 겨울 밤이 너무나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 :)
사실 워싱턴 디씨 보다 뉴욕 맨하탄에 가는 걸 더 추천 한다. 괜히 나홀로 집에 배경이 뉴욕 맨하탄인 이유가 따로 있다니까.. 그나마 트럼프 되고 난 이후로 좀 더 트리가 이뻐졌다 ㅠ.ㅠ 오바마때는 진짜 실망 실망 대 실망. (But he gives us our democracy is alive.)
지금도 사진들 보면, 작년에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에효- 이쁘네 하고 절로 말이 나오게 된다. 혼자서 많이 힘들었지 소연아? 그래도, 이쁜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지냈다. 죽지도 않고, 결국 잘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게 된거면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야.
그래도 암만 이뻐도, 한국보다 나을까. 엄마, 아빠 , 친구들 있는 곳보다 나을까 -_ㅠ
10월에 하는 세계 불꽃 축제도 너무 가고 싶다. 크흑. 그립다.
내 수입과 비행기의 공간은 정확히 비례한다는 걸 배웠고, 유나이티드는 그냥 이코노미하고 이코노미 플러스가 따로 있어서 무조건 장시간 비행할 때는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이코노미 플러스를 이용하는 걸로.
그리고 되도록 미국 대륙에서 환승하는건 피하기로. 미국 대륙 내에서 입국심사 받고 환승하는게 더 힘들다. 도쿄나 상해 환승이면 참 좋은데 그런게 비싸..ㅠ.ㅠ
한국의 가을도 좋을 것 같다. 항상 공항 가는 길은 내 눈은 이미 눈물 바다로 우울해에 빠질 정도로 우울한 앨리제가 되어버린다. 눈이 녹고 코도 아플 정도로 아쉬움, 슬픔 가득한 감정만 안고 공항으로 출발하는 게 괴롭지만, 한국은 가고 싶다. 한국의 가을이 그립다.
그냥, 가을이, 겨울이 오는 바람이 살짝 느껴지면, 얼른 마중나가고 싶다. 그 기분은 미국이던, 한국이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시 혼자서 이 좋은 것들을 즐기기엔 너무나, 아쉬워. 좋은게 있으면 같이 보고, 나눠먹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나의 철 없는 마음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인생은 혼자가 결코 아니기에. 이 아름다운 계절들 속에 같이 좋은 감정과 기분, 그리고 행복함을 만드는 그 순간의 행동들과 내 주위를 이루고 있는 공기, 따뜻함, 색채, 맑음.. 그 모든 것들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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