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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른세계 -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TOO MUCH INFORMATION

by 미지수소년 2022. 1. 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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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작품. 푸른 세계.

너 자신의 혼돈을 사랑하라. 너의 다름을 사랑하라. 너를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것을 사랑하라.
- 푸른세계, 바로 그 순간 푸른 세계가 내 안에서 폭발했다 중

이 글 귀에 사로 잡혀 바로 리디북스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3일에 걸쳐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사실 책의 내용은 굉장히 해석하기가 어렵다. 소설이다. 해서 상상은 자유긴 하다만.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책의 글들은 독자 우리에게 상상의 자유를 허용해준다. 그래서 각자 상상하는 장면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독하리 만치 글이 이상하다. 어렵고, 정리가 안된 내용이다. 마치, 내가 생각없이, 혹은 성급하게 쓴 정리 안된 글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은 강렬하다 못해 빛난다. 마지막엔 내 마음 속 전체가 인디고의 색깔로 가득채워진다.

책은 생각보다 짧다. 그래서 단숨에 읽어내리기는 좋다.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는 양이다.

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린 어린 청소년이다. 책의 첫 구절에서부터, 가족이라고는 아버지 밖에 없는 주인공이 아버지마저도 잃는다. 주인공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병원에서 살았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 죽기 전에 행한 다는 '그랜드 호텔'로 출발한다.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된 책의 내용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굉장히 많으면서도 심플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나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 일치의 합이 존재하게 된다.

책의 목차마저도, 의미가 강렬하다.

한 챕터가 끝날 때 마다 나오는 목차의 구절들이 심장을 관통한다. 책은 나 자신의 혼돈을 사랑해야 하며, 내가 스스로 혼돈을 사랑하면서 답을 찾아 나가야지. 그 어느 누구도, 혹은 세상도 답을 나에게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일이 없는 듯이 하루를 살아야 하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려면 심장이 강하게 뛰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주인공이 많이 아프고 언제 죽을 지 알 수 없는 존재라, [만약 내일이 마지막이라면?] 하는 강제 시뮬레이션 상상도 하게끔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드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1) 내가 내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살아가야 한다. 여태 껏, 아픈 상처와 고름만 보였지. 내 심장이 내가 살아있다고 이렇게 강렬하게 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2) 만약, 내가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면, 과연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열심히 사는 것만 생각해봤지, 내 죽음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 의견도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것은, 그냥 평상시처럼 살 것이라는 대답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왜 인지 모르겠지만, (혹은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가? 모르겠다.) 나는 후회스러운 일들에 급급하여 혼자 좌절할 거 같기도 하면서. 아니면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 좋아했던 곳을 그냥 한번 씩 갈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위한 사람들을 잔뜩 불러, 죽기 전 맛있는 식사를 할 것 같다.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키스를 하고, 으스러지게 포옹할 것 같다.  그리고 부탁할 것 같다. 내가 죽은 뒤, 장례식 장에는 검은 옷이 아니라, 다들 멋있는 옷을 입고. 내가 어떠한 사람이였는지 이야기하는 파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를 그리워 하면서도, 잘 보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마냥 슬픈 날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평상시 처럼 잘 지낼 것 같지는 못할 것 같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가보고 싶은 것도. 혹은 후회되는 일도 많아서 그런가. 그렇다면, 난 왜 좀 더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지 않고 있는 것인가.. 수 많은 생각이 들지만. 당장은 저렇게 마무리 하고싶다. 죽음은 사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친숙하고 친근한 문제인 것 같다. 당장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그렇지. 우리에게 유한한 삶이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보석 같지 않은가. 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아주고, 단점을 안아주고, 장점을 칭찬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배려와 따스함을 나누는 행위가 그래서 더욱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3) 나의 혼돈을 사랑하기란 쉽지않다. 그리고 나의 혼돈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면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나만의 규칙을 정하고, 나만의 언어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은 온전히 내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작업인 것 같다. 나의 혼돈을 바라보고, 알고, 그리고 인정을 해야만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은가. 해답은 나에게 있다는 것도.

행복한 매일이 존재하기 위해선 나의 혼돈을 사랑해야 한다.

 

정말로 공감가는 글들이 많다. 왜 세상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빼앗아 가고, 험난한 위기만 주는데. 왜 이곳에 머무르려고 하는지, 그걸 위해 투쟁하는지. 하지만 이 곳에 머무르는 것이 나에겐 더 가치 있고, 더 행복하기에 그러지 않나. 

그리고 내가 옳은 결정을 내려서 그 길로 계속 나아가면, 우주가 내게 보상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 구절은 구구 절절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이 우주의 먼지다. 하지만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이 우주와 모든 것들은 나를 위해 무엇인가 움직여 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잘 읽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 한참을 누워서 멍하니 천장 위에 있는 빛을 바라보며. 인디고의 푸른색에 빛나는 바닷가 물들이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이였다. 푸르러라. 푸르기에.  

* 참고로 작가 본인 자체도 병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글들이 써지는 게 가능한 거 겠지.


배우 한석규가 이 소설의 한 부분을 녹음했다. 참고로 이게 왜 시라는 지 모르겠다. 소설 중 한 부분인데; 끙.

내가 내 목소리로 녹음하는게 쪽팔릴 정도..로 멋있다. 비교가 안된다. 

https://youtu.be/4M2ef02iT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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