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투쟁기를 기록하다.

구구절절 일상다반사

by 미지수소년 2019. 8. 1. 01:24

본문

2015년 2월 18일, 내 생일날. 드디어, 영주권을 들고, 이민자로써 미국에 발을 들이다.

 

나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까, 희극일까? 여태까지 잘 주의 깊게 보면,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기다림과의 싸움이 대부분이였던 것 같다. 기다림이라는 것이, 딱히 무작정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것을 기다릴 때가 대부분이였고,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거의 없었고, 그리고 심지어 답이 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2013년 ~ 2015년 / 그 2년 동안, 괴롭지만 나는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거리와, 괴롭고 눈이 녹도록 울었지만 멀리서도 맞춰나가며, 서로를 믿고 할 수 있는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회사도 두 군데나 다니면서 별의 별 경험도 싹 다 해보고.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기다리는 근 2년의 시작은 정말로 참담했었다. 나는 답답했고, 우울했고, 참으로 외로웠다. 일본의 유학 참패 후, 나는 모든 것에 전의를 잃은 상태였다. 내가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한 유학도 아니였을 뿐 더러, 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은 쓸데없이 남들 보다 커서, 일본을 다시 못가게 된다 하더라도 분명 나는 언어를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JLPT 1급도 너무 간단하게 따는게 가능했고, 일본 소설을 막힘 없이 읽을 정도로 늘었는 데도 불구하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초점이 맞춰지더라. 얼마나 등신같았고 병신같았고 미련했는지. 잃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니, 자신감은 떨어지고 자존심은 하락하니, 인생이 살기가 싫어지더랬지. 시발 포기는 배추 쓸 때 쓰는 말이 아니라, 내 인생의 메타포다 라는 자세 였달까. 그런 내 삶 속에, 긍정 대마왕에 빛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 내 손을 붙잡고 용기를 불어주니, 풍선같이 짜그러 져있던 내 삶이 좋은 바람으로 가득 가득 해졌고, 나는 태어나서 생각하지도 못해봤던 미국을 와볼 수 있었지. 그것을 계기로 내가 여기서 살게 될 줄은,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신기하고, 괴팍하기도 하고, 아이러니 해서 겁이 좀 나기도 한다.

 

 

2015년도, 뭐가 급해서 영주권 나오자 마자 부랴부랴 달려왔는지. 엄마와 아빠의 딸 보내는 그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 채, 나는 버지니아로 왔다. 써글년이야 난.

 

나는 작년서 부터,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것을 인지 했다. 그리고 몹시 외롭기도 했다. 인생은 철저하게 혼자라는 데, 그건 그거대로 너무 불쌍한 거 같아. 나는 좋은 게 있으면 나눠먹고 싶고, 가져다가 같이 먹고 싶고, 하고 싶은게 있으면 같이 하고 싶고, 웃긴 게 있으면 불러서 보여주고 싶고, 보고 싶은게 있으면 기다렸다가 같이 봐서 이야기 하고 싶고, 힘든게 있으면 이야기 하고도 싶고, 또 들어주고 싶은데 인생이 혼자면 무슨 재미야. 밖이 전쟁터인데, 전쟁 치르고 터덜터덜 돌아와서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그냥 앉아서 게임이나 하는 것 보다, 왔으면 왔냐고 반겨주고, 어땠냐고 물어봐주고, 내가 게임하고 있으면 시원한 에이드라도 한 잔 가져다 주면서 마시고 해, 라던가. 자기 전에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해주고 안아주는 그런게 있어야 재미지고 든든하지. 내가 히키코모리에 씹탁후 라서 아는데, 게임이랑 유투브로만은 시발 인생은 재미지게 살 수 없어. 근데 마음의 병이 생기니,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겹치니 몸이 망가져 내려갔다. 살은 살대로 찌고, 뚠뚠이라고 우겼던 내 자신이 거울을 보니, 이건 뚠뚠이가 아니라 걍 뚱뚱에 개돼지야..부들부들. 여자로써의 삶도 포기하고, 아, 외롭고 아무도 없으니 할 맛 안 난다. 다 포기하고 싶다-! 될 대로 되라 라는 식으로 살았다. 사실, 말을 이렇게 할 뿐, 많이 심각했었다. 많이 울고, 위험한 생각과 (임재범의 거친 생각은 아님) 위험한 행동도 하고 싶었고, 어찌나 불안했던지. 

 

 

2015년도, 처음으로 맞는 미국의 봄. 안녕, 와잇하우스. I mean, THE WHITE HOUSE.

 

근 몇 년동안 나의 자태를 스스로 탐색해 보았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그 시너지를 얻는 것 같다. 근데, 나는 2년을 철저하게 혼자였다. 많이 힘들었고, 저 심해로 들어가 나오지 못했었다. 그 누군가에게 도움도 받지 못했고, 위로와 공감을 받기엔 나는 너무 멀리 있었고. 그렇게 아픔을 방치 하니, 상처는 더 심각해졌었다.

 

마음의 상처가 고름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에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근데 이 일기라는게, 내가 아무리 내 감정을 쓸어서 몽땅 털어 놓고, 주저리 주저리 써도, 막상 돌아보면 아주 세세하게 기억이 안 날때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일기에 시발 시발 죽어라 개새끼들 왜 쳐 웃고들 다니냐 다들 나처럼 불행해져라!! 이렇게 쓴 건 아니고. 그 날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쓰다보니, 하루하루가 솔직히 대부분 정말 살려고 쓴 느낌들이 대부분이라, 보는 내가 아직도 아프고. 근데, 이 때는 무슨 생각이였지? 뭐 하다 썼지? 이런 것들이 생각이 안나더라는거.

 

일기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때마다, 저주를 들이붓고 누군가를 원망하는게 아니라, 내 상처를 들여다보고, 나를 좀 껴안으려고 노력한 투쟁들이 가득하다. 내가 아프고 안아보고 나니, 남의 상처도 보이더라. 얼마나, 아둔하고 미련하고 어리석은 사람새끼냐 나는. 그래도, 이제라도 남을 진득하게 더 레벨업으로 이해도 하고, 헤아릴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 고쳐 쓰는거 아니라는데, 나는 내가 알아서 고치고 있잖아. 얼마나 기특해.

 

나는 이제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혼자서, 그 아무도 없이, 이 커다란 미국땅에서 살아야 한다. 

무섭고, 힘든 이 감정을 혼자서 끌어 안고 있느니, 그냥 이 걸 기록하고 알리자 싶었다. 일어설 때 자꾸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까지고 피가 흘려서 꺼이꺼이 혼자 되느니, 아고아고 아팠어? 약 어딨어? 이러고 보살핌 받는게 개인적으로 덜 쓸쓸하니까. 그리고 혼자서 땅굴 파고 들어가서 고립된 생각과 편협한 생각에 갇혀, 스스로 엉뚱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릴 바에, 질서안에서 자유로운 것을 소통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나는 좋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든든해지고, HP가 50이였다면, 200으로 레벨업을 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배우고 싶으면, 자존심을 버리고 인격이라는 열매를 맺은 사람의 곁에.

살을 빼고 싶으면, 운동을 열심히, 규칙적으로 하며, 긍정적인 사람의 곁에. 동기부여를 마구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 곁에.

배려를 배우고 싶으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고 남에게 친절하고 매너있게 행동하는 사람 곁에.

용기를 배우고 싶으면, 동기부여를 많이 해줄 수 있는 사람 곁에. 

 

좋은 시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 스스로가 좀 바뀌어 보고 싶다. 그걸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확실히 일기보단 편할 거 같아. 손도 덜 아프고. 아무리 아날로그가 좋고, 책 종이 냄새를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핸드폰을 놓치 않고 사니까. 

 

사실 혼자서 엄청 무섭고, 떨리고, 불안하고, 아프면 어떡하지, 사고나면 어떡하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수만 수천개는 되는데 (딱히 세보진 않았는데) 머리에 구멍 뚫릴 정도로 고민하고 불안하면 뭐해. 쨌든, "요이 땅!" 하고 인생이 내 등을 밀었는데. 뛰던, 달리던 일단 꾸준히 나아가야지. 

 

그리고 유투브도 할 생각이다. 일상 VLOG도 마구 마구 올려서 엄마가 보게 해야지. 아니다, 속상하실라나? 먼 타지에서 딸 혼자 고생한다고 마음아파할라나. 엄마, 마음 아파하지마. 나는 엄마랑 아빠가 몸, 마음 아플때가 가장 속상하고 속이 타들어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못난 딸이 뭐 해줄 수 있는게 없잖아. 금방 공부하고, 한국 가서 엄마 아빠 곁에서 죽을 때 까지 난 비비면서 살거야. 진짜 언제 철들지 미지수에 모자라고 괴팍하고 성질 드러운 딸인데도, 내리 사랑을 가르쳐 준 덕분에 나는 진흙 속에서도 사랑의 소중함을 항상 배워. 고마워. 외롭고 힘든 이 투쟁기를 자주 자주 남기리라. 유투브는 과연 내가 지속할 수, 아니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이것도 핵 미지수. 역시 난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 같은 여자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