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 달이 너무 밝아서 운동하는 내내 기분이 좋더라.
고등학교 3학년 즈음 우울증이 심각하게 왔었는데 그 때 의사 선생님이 나보고 충분한 수면과 밖에 나가서 햇볕을 쬐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더랬다. 햇빛을 충분히
받는 시간을 무조건 만들고 산책을 필수로 권장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과학적원리로,
햇빛만이 호르몬 중의 하나인 세로토닌 분비량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호르몬 네가 문제지. 아니, 내가 문제인가. 아니면 상황이 문제인건가 쩝)
근데, 이게 또 우스운게 달의 입장에서 보면 섭섭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웃기지도 않지, 달은 그저 행성이고, 감정이 없고, 그저 우주의 물질에 불과한데 의인화를 하고 자빠져있다. 하도 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 감성의 끝장판이야. 비논리적에다 비과학적인인게 조화가 대단하지 않나! 달이 그럼 빈정대면서, 그럼 나는? 하고 물을것 같다는 요상한 생각을.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칠흑 같은 어둠속에 잡아 먹히지 않고 은은하게 빛을 내는 달에게도 뭔가 좋은 영향은 없나 싶다.
왜, 月光浴 월광욕이라고. 달빛을 뒤집어쓴다고나 할까. 물처럼. 그럼 우리 몸에서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무 것도 없나? 달이 진짜 섭섭해하는거 아닐까.
나는 달의 은은한 빛도 좋더라. 혼자서 노랗게, 밝게 있는게 약간 길 잃지 말라는 등대 같기도 하고.
조용한 밤을 그래도 안심되게 비쳐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먹고 사물이나 기계, 혹은 조그만한 것에 스스로 감정을 이입시키는게 꼴사나운데 (싸이월드 갬성) 그래도 오늘은 문득, 달이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그래도 햇살 만큼 위로가 돼.
세로토닌을 나오도록 해주진 못하더라도
겉으로 괜찮은 척, 똑똑한 척, 올바른 척, 똘똘한 척 해도 속으론 문드러져있는 나같은 사람한테는 꽤나 밝은 달도 올려다 볼만한 가치를 주거든. 뭐든 위로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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